회사를 오래 다닌 것이 부끄러운 일이 될 줄이야.

- 장기근속자.

- 회사의 이력에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한 사람.

- 상급자 타이틀

 

어떤 직원은 놀라움과 축하를 표시해주지만,

저는 오래 회사를 다닌 것이 이렇게 부끄러운 맘이 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와중에 어울리는 이미지 찾고 앉았...

 

"회사를 그렇게 오래다녔는데, 회사의 위기도 못막고 뭐했어?"

 

요즘 매일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자책입니다. 매일 매일 계속 해서 위기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큰 위기를 한차례 겪었던 터라 지금의 위기가 더더욱 뼈아픕니다.

그동안 열심히 했고 성과가 어쩌구하는 것은 다 부질없는 소리들일 뿐입니다.

 

한 회사에서 두번이나 위기를 맞이한다는 것은 

확실히 관리자로서 부족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의 위기는 어쩔 수 없는 것... 은 핑계일 뿐이구요.

 

위기는 계속해서 주위에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리고 이미 그렇다는 교훈을 얻은 바 있지만 대비하자고 왜 더 강하게 주장하지 못하고

뒤늦은 후회를 반복하고 있는지. 그동안 안주했다는 것이겠죠. 좀 나아지니까, 바빠지니까 그렇게 다시 위기에 대해 잊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산 규모가 작아서

회사에 머문 기간만큼 들어오고 나간 직원들이 꽤 되었지만, 인턴들까지도 대부분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새로운 직원을 맞이하는 것이 최근 몇년간은 그렇게 기쁘지가 않더라구요.

곧 나보다 먼저 떠날텐데... 그런데, 이번엔 아예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친구들에게 

구조조정을 선물하게 생겼습니다.

 

회사는 회사일 뿐이고,

내가 그 직원들을 먹여살릴 것도 아닌데

내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남 걱정은 사치일지 모르겠습니다.

 

 

˙˙˙˙˙˙

 

플라타너스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ㄸ러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

 

어디다 갖다 대냐 싶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김광규)'은 왜 이럴 때마다 떠오릅니다.

그저 이 능력있는 이 친구들이 다른 곳에선 잘 되길,

이번에도 살아남아 뒷춤에 이기심 감추고 진심으로 미안한 맘과 함께 앞날에 볕이 들길 기원이나 할 밖에요.

 

 

길가에 탐스런 민들레 돋았던데,

희망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