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으로 먹으면 안되는 채소, 익히면 더 좋은 채소

어렸을 때 어머니가 어딘가에서 가지를 잔뜩 가져오셔서는 손질하시다 생으로 드시더라구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셨는데, 간식거리가 많지 않으니 아이들이 그렇게 생으로 가지를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우연히 가지를 생으로 먹으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생으로 먹으면 좋지 않은 채소들을 한번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익혀 먹으면 더 좋다는 채소들도 함께 알아봤어요.

 

날로 먹으면 안되는 채소 : 스토리블럭

 

가지

여름이 제철인 가지는 제 기준으로는 엄청나게 좋은 채소입니다. 뭐랄까 제 뇌피셜이지만 몸을 굉장히 개운하게 해주는 느낌이 있어요. 먹으면 바로 그런 것은 아니고 몇일 꾸준히 먹으면 그런 기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활성산소를 제거해주고 심혈관 보호를 해주는 칼륨성분이 풍부하고 심박수를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어준다고 해요. 다이어트(식이섬유때문이겠죠?), 모발 건강, 뼈에도 좋다고 합니다.

 

여름 대표 채소 가지 / 스토리블럭

 

그런데 가지는 생으로 먹으면 안된다고 합니다. 솔라닌이라는 독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솔라닌은 감자싹에 있다는 독성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근데 이게 원래 가지의 학명에서 온 "가지독"이라네요. 다만 감자싹에 솔라닌 함량이 더 높아서 솔라닌의 대표가 감자가 된 것랍니다. 어쨌든 솔라닌 독성은 복통을 일으키고 구토,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죠. 신기하게도 덜익은 토마토도 솔라닌 함량이 높아서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토마토가 사실 가자과라고 해요. 고추도 가지과인데 고추는 솔라닌 대신 캡사이신이 강하게 발달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케이스라고 합니다.

 

솔라닌은 양날의 검 같아서 많이 먹으면 복통, 구토, 설사, 두통을 일으키고 더 심하면 맥이 빨라지고 호흡곤란도 일어나고 근육위축에 정신착란까지 일으키고 고용량의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니 보통 독이 아니죠? 그런데 적은 양은 몸의 염증을 제거해주고 면역력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가지과의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에볼라치료제를 만든다고 하네요. 그리고 야생동물들이 정기적으로 가지과 식물을 먹거나 곤충들도 일부러 갉아 먹는다는데 소량의 독소가 몸에 이롭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라네요. 어쨌든, 가지는 날로 먹으면 큰일납니다. 감자나 가지 같은 것은 날로 먹으면 아린 맛이 있는데 이게 바로 솔라닌 때문이랍니다.

 

 

팥은 빵 속에 단팥으로도, (단)팥죽, 그리고 여름에 팥빙수, 떡 고명이나 속재료 등 정말 많이 쓰입니다. 사실 채소는 아닌 곡물이죠. 콩류이기 때문에 팥에도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또한 철분도 많아서 빈혈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고 사포닌 성분도 있다고 해요. 게다가 오렌지의 무려 10배에 달하는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다네요.

 

팥도 날로 먹으면 안되는 대표적인 식재료 / 스토리블럭

 

하지만 팥도 날로는 먹을 수 없는데요.(딱딱하고 맛도 없어서 날로 먹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긴 합니다) 렉틴이라는 독소가 들어 있어서 복통이나 두통, 메스꺼움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팥과 더불어 강낭콩에도 이 렉틴이 많이 들어 있어서 생으로 먹으면 안된다고 하는데요. 신기한 것은 렉틴이 일부 콩 종류들에도 들어 있고, 오이, 호박, 가지, 고추, 토마토, 멜론 우유, 치즈, 땅콩 오트밀, 퀴노아, 옥수수, 감자, 두부, 렌틸콩, 아이스크림 등에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는 것이죠. 미국에선 렉틴 프리 다이어트라는 것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채소류에 들어 있는 렉틴은 일종의 단백질복합체인데 동물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렉틴을 생성한다고 합니다. 이런 물질이 몸속에 들어오면 문제를 일으키고 심지어 암도 유발한다며  렉틴을 먹지 않는 식이요법을 해야한다는 것이 미국에서 유행하는 렉틴 프리 다이어트라고 하는데요. (이런게 진짜 유행하는 거 맞나요) 

어쨌든 렉틴의 독성이 장내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들은 렉틴을 어느정도 분해할 뿐만 아니라 입과 장내 미생물들이 렉틴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함유된 정도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어서 면역력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고 에이즈 감염을 차단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하니까 무조건 피하는 게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우린 대부분 팥을 날로 먹을 일이 없으니까요.

 

두릅

두릅은 두릅나무의 어린 순입니다. 한자로 목두채라고 하는데 두릅나무 꼭대기에 자란 새순을 뜻한다고 합니다. 산채의 제왕이라고 까지 불리는 봄나물의 왕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영양이 풍부하고 단백질도 풍부한 채소이며, 쌉싸름한 맛과 뭔가 모를 독특한 향, 깔끔한 뒷맛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고 합니다. 비타민C, 사포닌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 혈관질환 예방에도 좋다고 하는데요. 사포닌이 들었다니 항암작용도 빠질 수 없겠군요. 베타카로닌 항산화  등등 칭찬 일색입니다. 제 입맛에 썩 맞는 채소는 아니지만 아무튼 엄청 좋다고 합니다.

 

두릅 / 이미지 출처 : 한국의식주생활사전, 위키백과

 

다만 두릅도 독성이 있어서 반드시 날로 먹어선 안되고 데쳐 먹거나 조리를 해서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독성이 뭔지는 찾아봤는데 나와 있지 않네요. 하지만 식약처에서 봄철 식중독을 조심해야하는 나물류에 꼭 등장하는 것이 두릅이라고 하니 반드시 익혀 먹어야하겠습니다.

 

고사리

고사리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죠. 고사리도 그냥 먹으면 안되는 채소류인데요. 날로 먹을 수 없고 반드시 데쳐야하는데 데친 후에 12시간 동안 찬물에 담그고 중간 중간 물을 여러번 갈아줘야한다고 합니다. 고사리에 함유되어 있는 티아민이라는 효소가 생으로 먹으면 몸속 비타민 B1, 적혈구 등을 파괴하여 각기병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이 효소가 열에 조리하면 비활성화된다고 하네요. 끓이고 물에 씻으면 활성을 잃는다고 해요. 이 티아민 분해효소와 더불어 발암물질로 알려진 프타퀼로사이드를 가지고 있는데 역시 삶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진다고 해요. 방목장에서 가축들도 고사리는 본능적으로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편 동아시아 위암 발생률에 고사리의 유해성분이 한몫한다는 썰도 있다고 하니 조리에 신경써야하는 식재료이긴 한 것 같은데, 고사리의 위험성을 알리려고 지어낸 말인지도 모르겠네요. 반면 고사리는 안질환을 예방과 시력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고 실제로 비타민 A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고 합니다. 또한 면역체계를 강화시켜준다고 하는데요. 비타민은 물론 무기질 성분도 다양하게 함유하고 있고 지혈효과도 있다고 하네요. 그래도 동의보감에도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고 나왔다고 하니, 아무리 좋아도 뭐든 지나치면 안되나 봅니다.

 

익히면 더 좋은 채소

제가 알고 있는 익히면 더 좋은 채소는 단연 토마토입니다. 토마토는 과일처럼 익히지 않고 쉽게 먹는 음식이고 그냥 먹어도 좋지만 데치거나 기름에 볶으면 항산화물질인 리코펜을 더 잘 흡수할 수 있게 된다고 하죠. 익히면 맛도 더 좋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토마토

익히면 더 좋은 토마토

당근

당근의 색은 베타캐로닌이란 성분 때문이라는데요. 이 성분이 몸속에선 비타민 A로 변환이 된대요. 시력과 면역력에 좋은 성분이기도 하다는데, 열을 가해서 조리하면 이 성분이 더 많아진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당근도 익혀서 먹으면 더 좋은 채소입니다.

 

이 밖에도 마늘, 시금치 등도 열을 가해서 요리해서 먹으면 더 좋은 채소들이죠.

 

마치며,

생으로 먹으면 탈이 날 수 있는 채소류, 곡물을 살펴봤습니다. 이 밖에도 날로 먹을 수 없는 채소류들이 더 있을 거예요. 또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감자 같은 것은 싹이나면 독성이 강해서 여러곳에서 먹으면 안된다고 경고가 나오잖아요. 요즘 감자도 제철이라 역시 염두에 두어야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싹이 나도 한 두개 정도 났을 때는 좀 크게 잘라내면 별탈은 없더라구요. 요즘 여름철이라 육류도 날 것은 좋지 않으니 가급적 잘 조리를 해서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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